EMR업체 선택이 CSO 영업에 미치는 진짜 영향, 현장 사례로 정리
거래처에서 "내 약 처방해 줄게요" 하셨는데, 한 달이 지나도 처방이 한 건도 안 잡힌 적 있으세요? 저는 있어요. 알고 보니 범인은 EMR업체였어요.
EMR업체라는 건, 병원에 전자차트 시스템을 깔아주는 회사를 말해요. 국내에서는 비트컴퓨터, 유비케어, 이지스헬스케어, 포인트닉스 같은 곳이 대표적이죠. CSO가 EMR업체 이름 정도는 왜 알아야 하나 싶을 수 있는데, 거래처가 어떤 EMR을 쓰느냐에 따라 처방 편의성이 달라지고, 그게 결국 내 실적에 직격으로 꽂히기 때문이에요.
앞서 말씀드린 사례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분명히 원장님이 처방해 주시기로 했는데, 4주가 지나도록 한 건도 안 잡히는 거예요. 의심도 들고 답답하기도 해서 다시 찾아가 여쭤봤더니, "EMR에서 약 이름이 검색이 안 돼서 못 쓰고 있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오더라고요.
황당했어요. 솔직히.
EMR업체마다 약품 데이터베이스가 따로 굴러가요. 그래서 우리 약이 그 EMR에 등록돼 있지 않으면, 원장님이 의지가 있어도 처방 자체가 안 나가요. 결국 본사에 요청해서 해당 EMR업체의 약품 등록 절차를 밟고, 그제야 처방이 한두 건씩 잡히기 시작했죠. 한 달을 그냥 날린 거예요.
이 경험 이후로 저는 거래처를 도는 루트 안에서 EMR업체부터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알고 있으면 같은 시간을 써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거든요.
업체별로 결이 좀 달라요. 비트컴퓨터의 비트차트는 종합병원·중대형 의료기관에서 많이 보이고, 기능이 풍부한 대신 무거운 편이에요. 유비케어의 의사랑은 개원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서, CSO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EMR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지스헬스케어의 이지스는 한의원·치과 쪽에서 강세고, 포인트닉스의 포닉스는 화면이 직관적이라 소규모 의원에서 선호하는 편이고요.
여기서 잠깐.
EMR업체별 강세 영역이 다르다는 건, 내가 공략하는 진료과목·병원 규모에 따라 마주칠 EMR이 거의 정해진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모든 EMR을 다 외울 필요는 없고, 내 거래처 풀에 자주 등장하는 2~3개만 깊게 알아두면 충분해요.
CSO 실무 입장에서 EMR과 관련해 챙길 포인트를 정리해 볼게요.
가장 먼저, 거래처에 처음 방문할 때 어떤 EMR을 쓰는지 슬쩍 확인하세요. 처방 화면을 직접 보는 게 가장 빠르고, 어렵다면 원무 직원분께 자연스럽게 여쭤봐도 돼요. 이어서, 내 약품이 그 EMR에 정상 등록돼 있는지 확인합니다. 등록이 안 돼 있으면 본사 마케팅·약무 담당과 협의해서 EMR업체 등록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해요. 그 외에도, 약품 코드(보험코드·KD코드)가 정확히 매핑됐는지도 꼭 봐야 해요. 코드가 어긋나면 처방은 들어갔는데 청구가 거절되거나, 다른 약으로 잘못 잡히는 사고가 납니다(이건 진짜 식은땀 나요).
그리고 의외로 많이 놓치는 부분인데, EMR업체와 제약사 본사 사이의 관계예요. 본사 차원에서 주요 EMR업체와 약품 데이터 연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CSO가 현장에서 "이 EMR엔 우리 약이 안 떠요" 같은 이슈를 빨리 잡아 본사에 보고하면, 본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고마워해요. 현장 정보가 곧 협상 카드가 되니까요.
CSO를 오래 한 분들은 다 공감하실 거예요. 처방의 출발점은 결국 EMR이에요. 원장님 머릿속에 우리 약이 있어도, EMR에서 두세 번 클릭해야 겨우 검색되면 처방률은 떨어져요. 반대로 검색 한 번에 잘 잡히고, 자주 쓰는 약 즐겨찾기에 들어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처방이 늘어요.
같은 약, 같은 원장님이라도 EMR 세팅이 어떠냐에 따라 매출이 갈리는 거.
저 같은 경우는 그 사건 이후로, 신규 거래처를 잡을 때 "EMR 뭐 쓰세요?"를 인사처럼 묻고 다녔어요. 처음엔 좀 어색해도, 한두 번 해보면 영업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그리고 본사에 약품 등록 요청을 넣을 땐, 단순히 "등록해 주세요"가 아니라 "어느 거래처, 어떤 원장님, 어느 EMR, 처방 의향 수준" 정도를 같이 넘기면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지더라고요(이건 본사 담당자분들이 실제로 해주신 피드백이에요).
오늘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EMR업체는 단순한 IT 회사가 아니라 내 처방 환경을 만드는 인프라라는 거예요. 비트컴퓨터, 유비케어, 이지스헬스케어, 포인트닉스 — 이름과 강세 영역 정도만 머리에 넣어두셔도, 거래처에서 보이는 풍경이 달라질 거예요.
여러분 거래처는 주로 어떤 EMR을 쓰시나요? 한번 점검해 보시면, 한 달 매출이 묶여 있던 이유가 의외로 거기 있을지도 몰라요.
EMR업체 이슈와 함께 보면 좋은 글로, 같은 블로그의 '거래처 신환 트래픽 관리법'과 '제약사 약품 코드 오류 대응' 글도 가볍게 같이 읽어보시면 그림이 더 잘 맞춰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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